손은 인체의 축소판이라 불립니다. 한의학계에는 손과 건강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손의 상태를 통해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해외에서도 종종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곤봉 손가락입니다. 손톱과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해진 손가락을 곤봉지라 하며, 특히 폐 관련 질환이 있을 경우 이 손가락 형태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폐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증이 생기고, 산소를 실은 피를 곳곳에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해 혈관 내피 성장인자, 혈소판 유래 성장인자를 자극합니다. 이 인자들이 말단 부위의 모세혈관과 결체조직을 증식시켜 곤봉지가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영국 암연구소에 따르면 폐암 환자의 약 35%에서 곤봉지가 동반되며, 염증성 장 질환, 에이즈 등 의외의 질환에서도 곤봉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곤봉지를 자가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양 손바닥을 마주 보게 하고, 검지를 구부려 손톱끼리 맞대는 방식입니다. 이때 손톱의 뿌리 부분에 마름모(◇) 모양의 틈이 생기면 정상이지만, 이 틈이 생기지 않으면 곤봉지라 할 수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심장 전문의인 레오 샴로트가 고안한 방법으로 마름모골 틈을 창문으로 빗대 '샴로트의 창문 테스트'라고 불립니다.
영국 왕립의학협회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에는 손가락이 곤봉 모양인 것 외에도 손의 건조한 피부, 얇은 손톱 등과 같은 상태로 감취진 질환의 단서가 있다는 사실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저널에 발표된 손으로 본 건강 신호 10가지입니다.
손은 간의 상태를 말해 주는 '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손바닥이 붉은색을 띤다면 간경변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 홍반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손바닥 가장자리에서부터 빨갛게 나타나고 점차 손가락 부위로 가까워집니다. 간질환이 있으면, 호르몬 균형에 변화가 생기기 대문에 피부의 혈관이 확장돼 붉은색을 띠게 됩니다.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뜻입니다. 손마디에 살이 많다는 것은 가족성 고지혈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단서입니다. 몇 년 동안 힘줄에 지방이 축적돼 결국 살이 두꺼워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는 수가 많아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졺을 때 심장발작으로 죽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만 500명당 1명꼴로 가족성 고지혈증이 나타나며, 아직 진단받지 못한 사람들도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숟가락 모양의 손톱을 하고 있다면 빈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손톱은 공의 한 표면처럼 굴곡을 그리며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톱의 중간 부분이 푹 들어간 손톱이라면, 철분 결핍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은 이를 '숟가락 손톱'이라 부릅니다. 특히 피곤하거나 힘이 없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빈혈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철분 보통제를 섭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철 부족이 손톱을 약하게 만들어서 계속 손톱 두께가 얇아지고 부분적으로 깨지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곤봉형 손가락은 폐암을 조심해야 합니다. 손가락 끝이 작은 곤봉과 같이 둥근 모양이라면, 폐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중피종을 의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중피종은 주로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 위나 간 등을 보호하는 복막,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등의 표면을 덮고 있는 중피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합니다. 폐에서 생성되는 콜라겐 분해 성분인 PGE2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폐에 종양이 있으면 PGE2를 지나치게 많이 생성해 몸에서 필요로 한 양의 10배 정도에 이르게 합니다. 이러한 PGE2의 괴도 한 생성이 손가락 끝을 커지게 하고 부풀게 만듭니다.
체내 산소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손톱, 발가락, 입술의 색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분홍빛을 띤다면 혈액순환이 원활하다는 뜻이지만 푸른색을 띤다면 체내에 산소 수치가 낮다는 뜻입니다.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이 몸 곳곳으로 잘 흘러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색 즈이라고 불리는 이 상태는 심장병이 있다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혈액 내 산소 부족으로 나타난 손톱의 색은 선명한 파란색이 아닙니다. 혈액 내 충분한 산소가 있어 나타나는 붉은빛보다 덜 밝은 빛으로 나타납니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의심됩니다. 촛농을 떨어뜨려 높은 것처럼 나타난 하얀 점은 손톱에 소 나타나는 거품입니다. 손톱에 작은 거품이 생겼다면 어떤 이상이나 고통이 없다 하더라도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손이나 발에 이런 것이 많이 나타날수록 관절염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손가락에 튀어나온 혹 같은 것은 뼈종양으로 골반 쪽에 골관절염이 있다는 뜻입니다. 손가락에 뼈종양이 있으면 살짝만 건드려도 아픕니다. 이는 골반, 무릎과 같이 몸의 어디에서나 골관절염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종양은 헤베르덴 결절이라고 불립니다. 18세기 윌리엄 헤베 라덴이라는 영국 의사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손톱 색이 두 가지 빛이라면 신장이 안 좋다는 뜻입니다. 손톱 밑 부분에서 반절은 하얀색을 띠지만 손톱 끝 머리에서부터 반절은 갈색빛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태를 '반반 손발톱'이라고 부릅니다. 발생 이유는 '요소' 때문입니다.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 체내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암모니아가 요소로 전환돼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피부와 손톱에 남아 있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손발의 많은 땀은 갑상선에 이상 있다는 신호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갑상선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나타납니다. 혈액 속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손바닥에 열이 많아지고 땀이 많이 나게 됩니다. 갑상선의 지나친 활동은 칼로리를 더 소모하게 해 더 많은 열을 발생시킵니다.
뇌하수체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며, 손이 붓고 크다면 말단비대증 위험이 높다는 뜻입니다. 발, 입술, 코, 귀의 크기도 비대하면 이 질환이 있다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뇌 시상하부 밑에 위치한 뇌하수체는 각종 호르몬선의 호르몬 분비량과 분비 시간을 조절합니다.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기능항진이 일어나면 거인증, 말단비대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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